처음 설계할 때 옥상 테라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락 절반은 수납공간으로, 나머지 절반은 옥상 테라스로 열어서 다육식물도 키우고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습니다. 그런데 그 계획이 무너진 건 예산 문제가 아니라 뜻밖의 이유였습니다.
김포시 조례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옥상에 평평한 공간이 생기면 김포시 조례상 그 면적의 50% 이상을 녹지화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잔디를 심거나 식물을 심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녹지화를 하려면 방수와 배수 처리를 더 강화해야 하고, 하중을 버틸 수 있도록 구조를 보강해야 합니다. 당연히 비용이 추가로 나갑니다. 이미 시공 견적이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온 상황에서 옥상 공사에 추가 비용을 더 얹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결국 옥상 테라스를 포기하고 그 자리를 박공지붕으로 완전히 덮기로 했습니다. 테라스 공간으로 열려 있던 부분까지 전부 다락방으로 만들었습니다.

옥상 테라스는 후회 1순위라고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결정이었습니다. 단독주택을 짓고 나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옥상 테라스라고 합니다. 짓기 전에는 자주 올라가서 시간을 보낼 것 같지만 막상 지어놓으면 올라갈 일이 생각보다 없습니다. 청소하기도 쉽지 않고, 1층에 마당이 있는데 굳이 옥상까지 올라가서 뭔가를 하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도 마당이 있었으니 옥상을 만들었더라도 활용도가 낮았을 것 같습니다.
다락방이 예상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옥상 테라스를 없애고 다락방으로 만들었더니 생각보다 공간이 훨씬 넓게 나왔습니다. 층고도 충분했고, 방으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넓었습니다. 입주 초반에는 부부 침실로 사용했고, 지금은 서재 겸 취미 공간으로 쓰고 있습니다. 남편의 다육식물과 커피 도구, 책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됐습니다. 이 공간이 없었다면 집이 훨씬 좁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다락 하나가 집 전체의 여유를 만들어줬습니다.
포기가 때로는 더 나은 선택이 됩니다
집짓기 과정에서 예산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그 순간이 너무 아깝고 속상하게 느껴지지만, 지금 와서 보면 포기한 것들 중에 오히려 잘됐다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옥상 테라스가 저희에게는 그랬습니다. 로망이었지만 포기했고, 그 자리에 다락방이 생겼고, 지금 그 다락방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가 됐습니다. 집 짓기에서 포기는 끝이 아니라 다른 선택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