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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단독주택 설계 (프라이버시, 듀플렉스, 기역자배치)

by jundanyul26 2026. 2. 27.

프라이버시를 위해 루버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저도 택지분양을 받을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남향과 프라이버시였습니다. 정남향에 앞쪽으로 소규모 녹지 공간이 있는 필지를 선택했고, 지금까지 7년째 살면서도 그 선택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심 택지에 단독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단순히 건물만 올리는 게 아니라, 제한된 공간 안에서 채광과 프라이버시, 그리고 실용성을 모두 챙겨야 하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특히 듀플렉스처럼 임대 세대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설계 단계에서부터 치밀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프라이버시 확보가 설계의 핵심입니다

도심 택지는 집과 집 사이 거리가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보통 건폐율 30% 정도로 제한되어 있어서 88평 대지라고 해도 실제 건축면적은 26평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옆집과 앞집의 창문 위치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나중에 커튼을 항상 쳐놓고 살게 되는 불편함을 겪을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중정형 주택을 로망으로 여기는데, 저는 실제 살아본 입장에서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정형은 확실히 프라이버시 확보에는 최고입니다. 가운데 마당이 오롯이 내 공간이 되니까요. 하지만 건폐율이 30%인 땅에서 중정을 만들면 내부 공간이 대부분 복도 형태로 좁아 보이고, 외벽 면적이 늘어나면서 외장재 비용도 상당히 올라갑니다. 게다가 중정 안에 낙엽이 쌓이거나 청소가 필요할 때마다 집 안을 통과해서 나가야 하는 번거로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가 선택한 방법은 루버(Louver)를 활용한 부분 차폐였습니다. 루버는 가늘고 긴 판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해 시선은 차단하면서도 빛과 바람은 통하게 하는 건축 요소입니다. 양쪽을 루버로 가리면서도 개방된 느낌을 유지했더니, 마당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서도 외부 시선은 충분히 차단되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중정형의 장점인 프라이버시는 살리면서도, 공간 활용과 건축비 측면에서 훨씬 실용적이었습니다.

 

듀플렉스 설계는 공간 활용이 생명입니다

듀플렉스는 한 대지에 두 세대 이상을 배치하는 다세대 주택 형태로, 층마다 각각 독립된 세대가 들어서는 구조를 말합니다. 임대 수익을 고려한다면 좋은 선택이지만, 설계를 잘못하면 각 층이 답답하고 좁아 보이기 쉽습니다. 한 층의 바닥 면적이 16평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공간을 넓어 보이게 만드는 것이 설계의 핵심입니다.

듀플렉스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층고를 높이고 색감을 밝게 해서 시각적으로 공간을 넓혀야 합니다. 스킵플로어(Skip Floor) 같은 반층 구조를 활용하면 수직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둘째, 계단 밑이나 벽면 곳곳에 수납공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작은 공간일수록 수납이 부족하면 금방 어질러 보입니다.

셋째, 계단 밑 공간을 화장실이나 창고로 활용하고, 테라스를 적극 연결해서 실제 면적보다 넓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넷째, 폴딩도어(Folding Door)나 슬라이딩도어를 사용해서 공간을 유연하게 나누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문을 열어 거실과 방을 하나의 큰 공간으로 쓰다가, 필요할 때만 문을 닫아 별도의 방으로 분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가변형 구조는 좁은 평수에서 공간 활용도를 극대적으로 높여줍니다.

듀플렉스를 짓는다면 출입 동선도 신경 써야 합니다. 주인 세대와 임대 세대의 출입구를 완전히 분리해야 서로 불편함이 없습니다. 차량 동선까지 고려하면, 각 세대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기역자 배치로 햇빛과 프라이버시 모두 잡습니다

택지는 남향 필지와 북향 필지로 나뉩니다. 남향 필지는 거실 앞에 도로가 있어 햇빛이 잘 들지만, 북향 필지는 거실 앞이 다른 건물로 막혀 있습니다. 문제는 북향 필지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설계를 잘하면 오히려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충분한 채광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기역자(ㄱ자) 배치는 북향 필지에서 특히 효과적입니다. 건물을 대지의 끝에 기역자 형태로 배치하면,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마당이 됩니다. 도로 쪽은 건물로 가려지고, 마당은 건물에 둘러싸여 있어서 중정형 주택처럼 프라이버시가 보호됩니다. 하지만 중정형과 달리 외벽 면적이 늘어나지 않고, 내부 공간도 넓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햇빛 배치도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마당에 햇빛이 가득 들어오길 원하는데, 저는 오히려 건물이 햇빛을 많이 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실 창을 남쪽으로 크게 내고, 2층에는 천창(Skylight)을 설치하면 북쪽 방까지도 자연광이 골고루 퍼집니다. 마당은 하루 종일 햇빛이 쨍쨍 내리쬐면 여름에 너무 더워서 사용하기 힘듭니다. 오히려 건물이 만든 그늘 덕분에 아이들이 수영장이나 그네에서 편하게 놀 수 있었습니다.

창문 위치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택지는 집과 집 사이가 가까워서 앞집이나 옆집 창문과 마주치면 서로 불편합니다. 심하면 이웃이 차폐 시설 설치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주변 건물의 창 위치를 파악하고, 최대한 겹치지 않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7년 전 집을 지을 때 이런 부분들을 꼼꼼히 따져서 설계했습니다. 처음엔 중정형에 끌렸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용성과 유지관리를 생각하니 루버 차폐와 기역자 배치가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지금도 마당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집 안은 항상 밝고 쾌적합니다.

 

도심 단독주택은 로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생각보다 산책하며 기웃거리는 사람도 많고, 내 집 앞마당인데도 차려입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듀플렉스라면 옆집뿐만 아니라 같은 건물 내 다른 세대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합니다. 처음 설계 단계에서 프라이버시와 개방감, 실용성을 모두 따져보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건축비와 유지관리, 그리고 실제 생활 동선까지 모두 고려한 설계가 장기적으로 만족도 높은 집을 만듭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npM3BhiD8Q&list=PLdQzMgrYKIoMUgghMZAMxfI1bvtNhTyZx&index=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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