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집 짓기를 결심하고 나서 저희가 가장 먼저 한 실수는 아무 준비 없이 땅부터 보러 다닌 것이었습니다. 어떤 땅이 좋은 땅인지 기준도 없이 발품만 팔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미리 알고 갔더라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을 것들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직접 겪으면서 쌓은 기준들을 체크리스트로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 예산 범위를 먼저 정하고 가세요
땅을 보러 가기 전에 토지에 쓸 수 있는 예산 범위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가용 예산 전체에서 건축비를 빼면 토지 예산이 나옵니다. 건축비는 시공비뿐 아니라 설계비, 가구비, 인입비, 에어컨 설치비 등 건축 외 비용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저희 경험상 시공비의 25% 정도를 건축 외 비용으로 추가로 잡아야 합니다. 이 계산이 끝나야 어느 지역에서 어느 크기의 땅을 볼 수 있는지 범위가 잡힙니다. 예산 계산 없이 땅부터 보면 마음에 드는 땅을 찾아도 결국 살 수 없거나, 욕심에 예산을 초과한 땅을 사게 됩니다. 저희가 그랬습니다.
둘째, 택지지구인지 일반 토지인지 확인하세요
처음 집을 짓는 분이라면 기반 시설이 갖춰진 택지지구를 강력히 권합니다. 일반 토지는 도로 접도 여부, 맹지 여부, 전기·수도·가스 인입 가능 여부와 인입 비용을 일일이 확인해야 합니다. 도로가 계획만 있고 실제로 개설이 안 된 땅, 주변에 묘지가 있는 땅, 인입 비용만 수천만 원이 드는 땅을 모르고 계약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택지지구는 이런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LH 미분양 수의계약 물건이 있다면 분양원가에 살 수 있고, 중개수수료도 LH가 부담합니다.

셋째, 면적과 건폐율·용적률을 함께 보세요
면적만 보면 안 됩니다. 건폐율과 용적률, 층수 제한, 세대수 제한을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도심 택지지구는 건폐율이 50% 수준으로, 60~70평 이상이면 한 층에 30~35평 정도를 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독주택 용지라도 지역 조례에 따라 3세대, 3층까지 허용되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 곳은 주변에 빌라가 들어서면서 단독주택 단지의 성격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저희 땅은 2세대, 2층 제한이었고 덕분에 주변이 모두 단독주택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넷째, 향과 경사도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향은 도면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주변에 가리는 건물이나 나무가 있는지는 현장에서만 알 수 있습니다. 저는 해가 잘 드는 집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전에 마포 공덕동 2층에 살 때 앞 나무가 무성해서 해가 거의 들지 않았고, 그게 생각보다 일상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경사도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경사가 있으면 토목 공사비가 추가로 발생하고, 경사 방향에 따라 집의 구조와 진입 동선이 크게 달라집니다.
다섯째, 주변 환경을 꼼꼼히 살피세요
땅 자체의 조건 외에 주변 환경도 꼼꼼히 봐야 합니다. 큰 도로나 고속도로가 바로 앞에 있으면 소음과 먼지 노출이 심합니다. 도로가 갑자기 꺾이는 집이나 골목 끝 집은 차량 소음과 사생활 침해에 취약합니다. 근처에 축사나 혐오 시설이 있으면 특정 계절에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주변에 묘지가 보이는 땅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도면이나 지도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반드시 평일과 주말, 낮과 저녁에 각각 한 번씩 현장을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여섯째, 타운하우스라면 시행사 실적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택지 대신 타운하우스를 고려하고 계신다면 한 가지를 꼭 확인하세요. 시행사와 시공사의 실적입니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 타운하우스는 그나마 리스크가 적지만, 이름 없는 소규모 업체가 농지나 잡종지를 대지로 전환해서 분양하는 타운하우스는 공사가 중단되거나 준공이 수년씩 지연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저희가 일산에서 타운하우스를 가계약했다가 이틀 만에 취소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 현장을 3~4년 뒤에 지나쳐보니 아직도 집이 몇 채밖에 지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땅을 고르는 일은 집짓기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입니다. 한 번 사면 바꿀 수 없습니다. 위의 항목들을 하나씩 점검하면서 발품을 충분히 파세요. 처음엔 기준이 없어도 땅을 여러 곳 보다 보면 눈이 뜨이는 순간이 옵니다. 저희도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