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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비가 왜 이렇게 비싸요? — 건축 설계비의 현실

by jundanyul26 2026. 4. 26.

 

집짓기 예산을 처음 짜다 보면 설계비 항목에서 한 번씩 멈추게 됩니다. 시공비도 아닌데 왜 별도로 수천만 원을 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거죠.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집을 다 짓고 나서 돌아보니 설계비는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돈을 제대로 쓴 항목이었습니다.

설계비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

집 짓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설계사무소에서 설계를 따로 맡기고 시공사를 별도로 선정하는 방식과, 설계와 시공을 한 업체에서 함께 하는 방식입니다. 후자를 선택하면 설계비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됩니다. 업체마다 기성 디자인이 있고, 그 안에서 일부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집짓기 과정 자체가 훨씬 단순해집니다.

반면 설계사무소를 따로 찾아가는 방식은 설계비가 별도로 들어갑니다. 시공비의 약 10% 수준, 저희의 경우 약 3,000만 원이었습니다. 어떤 방식이 맞는지는 결국 집에 얼마나 개성과 로망을 담고 싶은지에 달려 있습니다.

설계 초기 외관과 내부 공간 구조에 대한 모형을 보며 설계 사무소와 미팅하고 있는 모습

설계와 시공을 같이 하면 생기는 문제

설계·시공 일괄 방식의 단점은 내 가족만의 개성을 담기 어렵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더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 설계와 시공이 함께 이뤄지면, 시공하기 까다로운 요소는 처음부터 걸러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건축주가 원하는 것을 요청해도 "그건 어렵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오거나, 아예 권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반면 설계사무소와 시공사가 분리되어 있으면 건축주는 설계사무소에 충분히 요구할 수 있고, 설계사무소는 그것이 구조적으로 가능한지를 검토해서 시공사에 요청합니다. 시공사도 같은 계약 관계에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편의만 내세울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이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는 스킵플로어가 있습니다. 반층 아래에 서재를 두고, 그 위로 뚫린 공간이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그 공간의 난간이었습니다. 설계대로 시공하면 난간 구조가 충분히 튼튼하지 않다는 게 시공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시공사는 기둥을 세워야 한다고 했는데, 기둥이 생기면 그 뚫린 공간의 개방감이 완전히 사라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결국 설계사무소와 시공사가 함께 머리를 맞댄 끝에 다른 방식으로 보강해서 기둥 없이 해결했습니다. 설계와 시공이 한 업체였다면 처음부터 그 구조 자체를 만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욕실 곳곳에 넣은 매립 선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귀찮고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건축주가 원하고 설계사무소가 도면에 명시해 뒀기 때문에 결국 다 반영됐습니다.

스킵플로어와 그 위 난간 공사 모습

설계비는 건축주의 로망을 지키는 비용입니다

설계사무소 소장님과 저희 부부가 미팅을 한 게 네 차례였습니다. 그 사이에 수십 번의 도면 수정이 있었고, 소장님은 매번 저희의 요청을 듣고, 구조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서 반영해줬습니다. 주방 구조, 가족공간 형태, 다락 계단 위치, 회랑 연결 방식까지. 그 고민과 아이디어의 값이 설계비입니다.

집에 개성을 담고 싶으신 분, 공간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싶으신 분이라면 설계비는 비싼 돈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돈이 나머지 모든 공간을 바꿔놓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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