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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비 잔금 2200만 원 — 설계비의 현실과 가치

by jundanyul26 2026. 5. 23.

 

설계가 모두 끝나고 설계비 잔금을 납부하던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계약금을 먼저 내고, 설계가 진행되는 동안 중도금을 냈고, 모든 도면이 완성되고 나서 잔금을 치렀습니다. 50평 설계 기준으로 평당 60만 원, 총 설계비 3,000만 원이었습니다. 그중 잔금이 2,200만 원이었습니다.

2,200만 원을 내면서 든 생각

솔직히 말하면 큰 금액입니다. 설계비만으로 2,200만 원을 한 번에 내는 건 부담스럽습니다. 설계와 시공을 같이 하는 업체를 선택했다면 내지 않아도 됐을 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잔금을 내면서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완성된 도면을 보면서, 우리가 원했던 것들이 이렇게까지 잘 담겼구나 하는 만족감이 컸습니다.

완성된 설계 도면 이미지

설계비가 아까워지지 않으려면

설계비가 아깝지 않으려면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건축주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전달하고, 건축사가 그것을 제대로 담아내야 합니다. 저희는 처음 상담 때 A4 네다섯 장 분량의 로망 노트를 들고 갔고, 네 번의 미팅 동안 수십 번의 수정을 거쳤습니다. 그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이 설계비의 가치를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건축사에게 대충 맡기고 나온 설계는 설계비를 냈어도 아깝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설계 없이 지었다면 어땠을까

가끔 상상해 봅니다. 설계와 시공을 같이 하는 업체에서 기성 디자인으로 집을 지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비용은 줄었을 겁니다. 그런데 스킵플로어도 없었을 거고, 움푹 파인 가족 공간도 없었을 거고, 별채로 이어지는 회랑도 없었을 겁니다. 아파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의 집이 지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주택으로 이사 온 것에 대한 감흥이 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단독주택을 선택한 이유가 개성 있는 공간에서 우리 가족만의 방식으로 살기 위해서였다면, 설계비는 그 이유를 실현하는 데 쓰이는 돈입니다.

설계비는 집의 완성도를 사는 비용입니다

집을 짓는 데 드는 비용 중 설계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입니다. 시공비처럼 벽이 올라가거나 지붕이 덮이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아깝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집이 완공되고 나서 그 공간 안에서 살아보면 알게 됩니다. 설계비는 집의 겉모습이 아니라 집의 완성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질에 쓰이는 돈이라는 것을요. 저희는 그 2,200만 원이 집짓기 전체 비용 중 가장 잘 쓴 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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