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34평 아파트. 방 세 개, 아이 셋. 층간소음 때문에 아이들이 뛰기만 해도 눈치가 보였고, 저녁마다 아래층 걱정에 양말을 신겨서 살았습니다. 바깥에서 뛰어놀게 하고 싶어도 아파트 놀이터는 늘 거기서 거기였고요. 어느 날 저녁, 남편이랑 밥을 먹다가 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우리 언제 마당 있는 집에서 살 수 있을까."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처음엔 막연한 로망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더라고요. 타운하우스도 보러 다니고, 인터넷 카페 글도 수백 개는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뒤늦게 알게 된 것들이 있었습니다. 집 짓기에 대한 로망만 갖고 뛰어들었다가 된통 당할 수 있다는 것.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알게 된 것들을 여기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집을 짓기 전에 예산부터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집 짓기를 꿈꾸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땅부터 보러 다니는 겁니다. 순서가 틀렸습니다. 땅을 보기 전에 먼저 숫자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공식은 단순합니다. 가용 예산에서 건축비를 빼면 토지에 쓸 수 있는 돈이 나옵니다.
저희의 경우, 당시 살던 아파트 현금 가치가 4억 원이었습니다. 대출을 5억 원까지 끌어올 경우 가용 예산은 총 9억 원. 가족이 5명이니 적정 집 면적은 50평으로 잡았고, 시공비 600만 원 × 50평 = 3억, 설계비 3천만 원을 합산하면 건축 관련 비용이 약 3억 3천만 원. 그러면 토지에 쓸 수 있는 돈은 5억 7천만 원이 됩니다. 이 계산이 나와야 비로소 어떤 지역의 어떤 땅을 봐야 하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건축비는 단순히 시공비만이 아닙니다. 전기·통신 인입비, 가스 인입비, 상하수도 인입비, 에어컨 설치비, 가구 공사비, 경계 측량비, 취등록세까지 포함하면 건축 외 비용만 수천만 원이 별도로 발생합니다. 저희가 실제로 집을 지을 때 가구 공사만 3,300만 원이 나왔습니다. 처음 예산을 짤 때 그 숫자가 빠져 있었다면 꽤 당황했을 것입니다.
타운하우스와 단독주택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집짓기를 처음 알아볼 때 타운하우스를 먼저 봤습니다. 일산 근처에서 분양하던 19필지짜리 타운하우스였는데, 대지면적이 125평으로 마당도 넉넉해 보였습니다. 주말에 구경 갔다가 그 자리에서 가계약까지 해버렸어요. 그리고 이틀 뒤에 취소했습니다.
타운하우스는 시행사와 시공사에 대한 리스크가 생각보다 큽니다. 분양이 잘 안 되면 준공이 늦어지고, 이미 살던 집을 팔아 이사 날짜가 다가오는데 입주를 못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이틀간 정말 지칠 만큼 고민했습니다. 결국 저희는 직접 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시행사 리스크를 안고 가느니 저희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땅은 가격보다 가치로 봐야 합니다
땅을 고를 때 단순히 싼 곳을 찾으면 안 됩니다. 면적, 경사도, 향, 모양, 기반 시설 접근성이라는 다섯 가지 절대 가치와 교통, 인프라, 소음, 냄새, 전망이라는 주변 가치를 함께 봐야 합니다. 저희가 선택한 김포 운양동 필지는 약 98.7평의 코너 땅이었습니다. 남쪽과 동쪽이 열려 있었고, 경사가 없어 토목 공사비가 추가로 들 염려가 없었습니다. 택지지구라 수도·전기·가스·오수 처리 기반 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어 인입 비용이 400~500만 원 선에서 해결됐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땅을 선택한 이유는 LH공사에서 3년 전 공개입찰 때 미분양이 났던 물건을 수의계약으로 분양원가에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매매 대금을 3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다는 조건이 저희 자금 계획과 딱 맞아떨어졌고요. 좋은 땅이 반드시 비싼 땅은 아닙니다. 타이밍과 정보가 땅값을 만들기도 합니다.
단독주택, 로망과 현실 사이에서 결국 남는 것
집 짓기를 준비하면서 읽은 책이 하나 있습니다. 손창완 저자의 <시공사도 건축가도 안 알려주는 건축주만이 알려줄 수 있는 집짓기 진실>이라는 책이었는데, 예산 짜기부터 집 관리하기까지 7단계 프로세스를 정리해준 책이었습니다. 집짓기를 마음먹으셨다면 이런 책 한 권 정도는 반드시 읽고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현장에 들어가면 건축사나 시공사에게 끌려다니게 됩니다.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을 꿈꾸고 계신다면, 지금 당장 땅부터 보러 다니지 마세요. 먼저 자신의 숫자를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가용 예산이 얼마인지, 가족에게 필요한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 어느 방향까지 범위를 넓힐 수 있는지. 이 세 가지가 정해지면 그때부터 땅 보는 눈이 생깁니다. 로망은 그다음에 붙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