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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식재 방법 (좌우 대칭, 원형 화단, 일렬 식재)

by jundanyul26 2026. 4. 8.

마당이 생긴 첫 해, 저는 꽤 열심히 했습니다. 봄마다 화원에 가서 예쁜 꽃을 골라 사다 심고, 화단 경계도 반듯하게 정리하고, 잡초가 올라오면 바로 뽑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원이 정돈은 되어 있는데 어딘가 밋밋하고 촌스러운 느낌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는 정원 사진들과 비교하면 뭔가 분명히 다른데, 그 이유를 한동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는 식물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예쁜 꽃을 사다 심으면 달라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꽃을 가져다 심어도 그 어색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면 문제는 식물이 아니었습니다. 심는 방식이 문제였습니다.


좌우 대칭: 균형을 맞추려다 정원이 딱딱해집니다

처음에 저는 현관 앞 화단 양쪽에 똑같은 나무를 심고, 길 양쪽에 같은 꽃을 줄 맞춰 심었습니다. 균형이 맞아야 깔끔해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완성하고 나서 보니 딱딱하고 인위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지인에게 "공원 입구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게 칭찬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좌우 대칭이 아름다운 경우가 없는 건 아닙니다. 베르사유 궁전처럼 완벽한 대칭이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수백 명의 정원사가 관리하는 대저택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만들려는 건 아늑하고 자연스러운 정원인데, 좌우 대칭으로 심는 순간 공간이 경직됩니다.

사실 우리가 좌우 대칭으로 심으려는 건 본능 때문입니다. 균형이 맞아야 편안함을 느끼는 게 사람의 심리입니다. 그런데 그 편안함을 얻는 방법이 꼭 좌우 대칭일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한 건 시각적 무게감(visual weight)의 균형입니다.

예를 들어 왼쪽에 키 큰 나무를 심었다면, 오른쪽에도 똑같은 키의 나무를 심는 게 아니라 중간 크기의 나무와 키 큰 꽃들을 함께 심어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주면 됩니다. 색도 다르고 질감도 다른 식물들이 어우러지면서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느껴지는 것, 그것이 자연스러운 정원이 주는 느낌의 핵심입니다. 저도 한쪽 나무를 다른 수종으로 바꾼 것만으로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비대칭적 균형이 좌우 대칭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는 걸 그때 처음 이해했습니다.


원형 화단: 안에서 또 원을 그리면 시선이 갇힙니다

원형 화단을 만들고 나서, 그 안에서도 식물을 중심점을 향해 원을 그리며 배치했습니다. 나름 정돈된 것 같았는데, 완성하고 보니 시선이 가운데로만 고정되고 전체 공간이 인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화단이 살아있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화단 모양이 원형인 것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 안에서 식물을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큰 나무를 심을 때는 정 중앙을 피하고, 큰 나무 한 그루만 심는 게 아니라 작은 관목도 군데군데 섞어 심어야 합니다. 식재 배치가 원을 따라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흩어져 있을 때 비로소 화단에 입체감이 생깁니다. 같은 원형 화단인데 배치 방식 하나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렬 식재: 심을 때 편한 방식이 정원을 밭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이 버릇은 오래 갔습니다. 심을 때 편하다는 이유로 같은 꽃을 한 줄로 나란히 심는 걸 반복했습니다. 나중에 보면 꽃밭이 아니라 밭처럼 보였습니다. 왜 그런지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일렬 식재(linear planting)가 나쁜 경우만 있는 건 아닙니다. 경계나 울타리를 목적으로 할 때는 오히려 적합합니다. 하지만 정원 전체를 그런 방식으로 심으면 공간이 작물 재배지처럼 느껴집니다. 몇 해가 지나서야 식물들을 서로 엇갈리게, 다른 종류끼리 섞어 심기 시작했습니다. 한 식물이 다른 식물 사이를 파고들게 배치하면 서로 겹쳐 보이면서 깊이감이 생기고 풍성해 보입니다. 심을 때는 훨씬 고민이 많이 필요했지만, 결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혼합 식재: 꽃만 심어서는 정원이 1년을 버티지 못합니다

혼합 식재를 해서 풍성해진 정원의 모습

 

혼합 식재(mixed planting)가 어렵다는 건 직접 해봐야 압니다. 어떤 식물을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지, 계절마다 꽃이 끊이지 않으려면 개화 시기가 다른 식물들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화원에 가면 막막해지는 느낌이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어느 정도 정해졌습니다. 꽃만 심으면 안 됩니다. 초화류와 함께 선이 아름다운 그라스류(ornamental grass)를 섞어 심어서 정원의 질감을 풍부하게 해줘야 합니다. 잎이 아름다운 식물, 예를 들어 휴케라나 호스타 같은 식물들도 곳곳에 심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정원 중간중간에 교목과 관목도 있어야 합니다. 나무가 빠지면 정원이 너무 밋밋해집니다. 이렇게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져 있을 때 정원은 계절이 바뀌어도 풍성함을 유지합니다.

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개화 시기를 고려한 식재 계획을 세우는 게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막상 화원에서 실행하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같은 꽃을 한 줄로 나란히 심고 나서 왜 밭처럼 보이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정원이 예뻐지려면 부지런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어떻게 심느냐가 무엇을 심느냐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합니다. 모든 실수의 공통점은 결국 편함을 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줄 맞춰 심으면 편하고, 좌우 대칭으로 심으면 고민이 없고, 같은 식물만 심으면 관리가 쉽습니다. 그런데 정원은 편하게 만들려고 할수록 예뻐지지 않습니다. 자연은 질서 정연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자연의 풍경은 철저하게 비대칭이고 뒤섞여 있습니다. 정원이 그렇게 보이려면 그 불규칙함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것이 더 많은 수고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정원 가꾸기의 역설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aSu2P5jr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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