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당이 좁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건물 배치가 끝나고 나서 남은 땅을 처음 봤을 때입니다. 저도 김포에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똑같이 느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앞마당을 앞에 두고, 그래도 뭔가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을 공유합니다.
동선설계: 직선 길이 마당을 더 좁아 보이게 만듭니다
처음에 저는 현관에서 대문까지 일직선으로 길을 냈습니다. 깔끔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그 직선 길이 마당을 오히려 더 작아 보이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눈에 시작과 끝이 다 보이니까 공간이 단조롭게 느껴진 겁니다.
나중에 자연석 몇 개를 길 옆에 배치해서 동선을 살짝 구불리게 만들었습니다. 분명히 같은 공간인데 조금 더 여유 있어 보이는 느낌이 생겼습니다. 처음부터 곡선으로 냈더라면 훨씬 나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동선설계(circulation design)란 사람이 공간 안에서 이동하는 경로를 의도적으로 계획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원에서는 이 경로가 어떻게 놓이느냐에 따라 같은 면적도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곡선 동선을 쓸 때 한 가지 더 효과적인 방법은, 길이 꺾이는 지점에 식물을 심어 길의 끝이 보이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길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모른다는 느낌 자체가 공간을 깊어 보이게 만듭니다.
정원 동선 설계 시 확인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직선 동선은 공간의 끝을 한 번에 노출시켜 면적이 축소되어 보이는 효과를 냄
- 곡선 동선은 시선을 분산시켜 공간감(spatial perception)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음
- 동선이 정원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도록 배치하면 대각선 거리가 확보되어 더욱 효과적임
- 길이 끝나는 지점은 식물로 가려 시선이 차단되도록 유도할 것
공간분할: 나누면 오히려 넓어 보입니다
직관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좁은 공간을 나누면 더 좁아 보일 것 같지 않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화단과 잔디 구역을 경계 없이 그냥 하나의 공간으로 뒀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경계 없이 펼쳐진 공간이 더 밋밋하고 작아 보였습니다. 결국 낮은 돌담 형태로 두 구역을 나눴더니 시선이 한 번 끊기면서 저 너머에 또 다른 공간이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됐습니다. 의도한 결과가 아니었는데, 실제로 마당이 전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가 생겼습니다.
여기서 공간분할(space division)이란 하나의 연속된 공간을 시각적 요소로 구획하여 복수의 독립된 영역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기법을 말합니다. 인간의 시지각(visual perception) 특성상 하나의 큰 공간보다 연결된 여러 개의 공간을 더 크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내 인테리어에서도 같은 원리로 오픈 플랜 구조보다 중간에 파티션을 두었을 때 공간이 더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습니다.
환경심리학(environmental psychology) 연구에서도 공간의 레이어(layer)가 많을수록 사람이 실제 면적보다 크게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분할 요소로는 돌담, 벽돌, 나무 울타리, 장미아치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두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에 아치를 세우면 경계가 생기면서도 시선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출처: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근법식재: 식물 색으로 공간의 깊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미술 시간에 배운 원근법을 정원에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멀리 있는 사물은 흐리고 색이 연해 보인다는 시각 원리를 이용해서, 정원 뒤쪽에 연한 색 식물을 배치하고 앞쪽에 강렬한 색 식물을 두면 공간이 더 깊어 보이는 효과가 생깁니다.
여기서 원근법식재(perspective planting)란 시각적 원근감을 활용해 식물의 색상과 질감을 의도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정원의 깊이감을 연출하는 식재 기법을 말합니다. 뒤쪽에는 딥스로켓, 올라야 레이스플라워, 샤스타데이지처럼 연하고 부드러운 색의 화초를 심고, 나무는 은청계열의 블루 엔젤이나 블루 아이스가 적합합니다. 앞쪽에는 황금조합나무, 황금국수나무처럼 색이 강하고 질감이 뚜렷한 식물을 배치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 구현 사이에 꽤 거리가 있습니다. 식물은 계절마다 색이 바뀌고, 생장 속도도 제각각입니다. 처음 의도한 배치가 1년 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식재 계획을 세울 때 계절별 개화 시기와 수형 변화까지 미리 고려해두지 않으면 원하는 원근 효과를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하나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은 경계 흐리기(borrowed landscape)입니다. 여기서 차경(borrowed landscape)이란 내 정원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그 너머의 자연 풍경을 정원의 일부인 것처럼 시각적으로 끌어들이는 기법으로, 일본 전통 정원에서도 오래전부터 활용해 온 방식입니다. 담장 앞에 키 큰 나무를 심어 경계선을 가리면, 내 땅과 바깥 풍경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보이는 효과가 생깁니다. 저는 지금도 뒤쪽 시멘트 담장이 일직선으로 노출된 상태입니다. 어떤 수종을 심어야 할지 아직 결정을 못 하고 있는데, 이 부분만 해결되면 마당이 지금보다 훨씬 달라 보일 것 같습니다.
정원 디자인에서 식물의 색상 배치가 공간감에 미치는 영향은 조경 연구에서도 꾸준히 다뤄지는 주제입니다(출처: 한국조경학회).
좁은 마당을 넓어 보이게 만드는 기법들은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직접 시도해 보면서 같은 면적인데 다르게 느껴지는 경험을 저도 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먼저 생각해 두면 좋겠다는 것이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는 것을 목표로 삼기 전에,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정하는 것입니다. 동선을 구부리고 공간을 나누는 것이 눈에는 좋지만, 그 과정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쓰이는 정원이 결국 가장 넓게 느껴지는 정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