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무소와 계약을 하고 나서 본격적인 미팅이 시작됐습니다. 총 네 번의 미팅을 거치면서 저희 가족의 로망이 조금씩 도면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동시에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A4 네다섯 장 짜리 로망 노트를 들고 갔습니다
첫 상담 전에 저희가 먼저 준비한 게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 원하는 것들을 A4 용지 네다섯 장 분량으로 정리한 문서였습니다. 핀터레스트에서 모아둔 사진들을 인쇄해서 첨부했고, 주방은 이런 구조였으면 좋겠다, 거실 대신 가족 공간을 이렇게 두고 싶다, 마당과 이어지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공간별 로망을 글과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막연하게 말로만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첫 미팅에서 외관 모형 4~5개가 나왔습니다
첫 번째 미팅 때 소장님이 저희가 준 자료를 바탕으로 외관 모형을 여러 개 만들어 오셨습니다. 4~5개의 안을 각각 설명해 주시면서, 하나를 그대로 선택해도 되고 1층은 이 안의 구조가 마음에 들고 2층은 저 안이 마음에 든다면 조합해서 새로운 안을 만들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정해진 답을 고르는 게 아니라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이었습니다.

쓰레기 처리장을 가리는 것도 설계에 담았습니다
저희 택지 바로 앞쪽 대각선 방향에 쓰레기 처리 시설이 있었습니다. 생활에 편리한 위치이긴 했지만 집 안에서 보이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이 부분을 소장님께 말씀드리니 배치와 창문 방향을 조정해서 시선이 닿지 않도록 설계에 반영해 줬습니다. 이런 디테일까지 설계에 담을 수 있다는 게 설계사무소를 따로 두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별채와 지붕 있는 야외 공간도 로망이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캠핑을 자주 다녔기 때문에 야외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꼭 있었으면 했습니다. 지붕이 있는 데크 공간, 그리고 본채와 분리된 별채. 이 두 가지가 저희 로망의 핵심이었습니다. 이 공간들을 어떻게 본채와 연결하고 동선을 만들지를 미팅마다 조금씩 구체화해 나갔습니다. 네 번의 미팅 동안 수십 번의 수정이 있었고, 그때마다 저희의 생각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미팅은 결정이 아니라 대화입니다
설계 미팅을 앞두고 계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미팅에서 모든 걸 그 자리에서 결정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희도 매번 집에 돌아와서 도면을 보고, 서로 이야기하고, 다음 미팅 전에 피드백을 정리했습니다. 설계는 건축사와 건축주가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답을 들고 가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세요. 대신 내가 이 집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생각해서 가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