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막막했던 것 중 하나가 예산이었습니다. 시공비가 얼마라는 건 대충 알겠는데, 그 외에 뭐가 또 들어가는지를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책을 통해 틀을 잡고, 직접 겪으면서 채워나갔습니다. 집을 다 짓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걸 미리 알았더라면 예산 계획이 훨씬 수월했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실제로 겪은 항목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토지 구입 비용
가장 먼저 들어가는 돈은 땅값입니다. 그런데 땅값만 있는 게 아닙니다. 토지를 취득하면 취득세가 붙습니다. 토지 취득세는 주택 취득세와 세율이 다르고, 토지 매매가의 4.6% 수준입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별도입니다. 토지 매매가의 0.9% 이내에서 협의하는데, 땅값이 크다 보니 중개비도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됩니다. 땅값을 예산에 넣을 때는 이 취득세와 중개비까지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2. 설계비
땅 계약 후 다음으로 들어가는 게 설계비입니다. 집 짓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설계사무소에서 설계를 따로 하고 시공사를 별도로 선정하는 방법과, 설계와 시공을 한 업체에서 함께 하는 방법입니다. 저희는 전자를 선택했습니다. 설계사무소에서 설계와 감리를 맡기고, 시공사는 별도로 선정했습니다.
설계비는 시공비의 약 10% 수준으로 잡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희 경우 설계비만 3,000만 원 가까이 들었습니다. 처음 예산을 짤 때 설계비를 빠뜨리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빠져선 안 되는 항목입니다. 설계비에 부가세 10%도 별도로 붙는다는 것도 기억해 두세요.
3. 시공비
본 공사 비용입니다. 일반적으로 평당 600만 원 안팎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50평 기준이면 3억 원 수준입니다. 저희는 최종 시공비가 3억 5,800만 원이었습니다. 시공사 세 곳에서 견적을 받아 비교한 뒤 결정했습니다. 시공비에도 부가세가 붙는데, 직영공사 현금 결제 방식으로 계약하면 부가세 없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4. 가구 공사비 — 건축 외 비용 중 가장 큽니다
저희가 집을 다 짓고 나서 건축 외 비용 중 가장 큰 항목이 가구 공사비였습니다. 주방 가구, 붙박이장, 신발장, 현장 제작 가구까지 합쳐서 3,300만 원이 들었습니다. 아파트처럼 기본 옵션으로 들어오는 게 없다 보니 가구를 처음부터 맞춰야 합니다. 단독주택은 공간 크기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현장 제작 가구 비용이 따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산 계획할 때 가구비는 반드시 별도 항목으로 잡으세요.

5. 기반 시설 인입비와 에어컨 설치비
전기, 수도, 가스, 통신 인입비도 들어갑니다. 저희는 LH 택지지구였기 때문에 택지 앞까지 기반 시설이 이미 들어와 있었습니다. 거기서 집까지만 연결하면 됐기 때문에 인입비가 몇백만 원 수준에서 해결됐습니다. 그런데 일반 토지나 시골 지역은 얘기가 다릅니다. 전기, 가스, 수도를 먼 곳에서부터 직접 끌어와야 하는 경우 인입비만 수천만 원이 들기도 합니다. 택지와 일반 토지의 차이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에어컨 설치비도 생각보다 많이 들었습니다. 아파트보다 평수가 크고, 층고도 높다 보니 방마다 시스템 에어컨이 필요했습니다. 저희는 본채 각 방과 다락, 별채까지 합치니 에어컨 비용이 상당했습니다. 시스템 에어컨은 대당 150만 원 내외로 설치비를 잡으면 됩니다.

6. 그 밖의 항목들 — 합치면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비용들이 계속 나옵니다. 경계 측량비, 타일·위생기·조명 추가 구입비, 고용산재보험료, 한전 불입금, 흙 반입 및 반출 비용, 담장·조경 공사비, 입주 청소비, 이사비까지. 항목 하나하나는 크지 않아 보여도 다 합치면 수천만 원이 됩니다.
저희가 집을 다 짓고 나서 시공비 외에 들어간 건축 외 비용을 전부 합산해 보니 약 1억 원 정도였습니다. 시공비가 약 4억이었으니 건축 외 비용이 시공비의 25% 수준이었던 겁니다. 처음 예산을 잡을 때 시공비만 계산하고 나머지를 간과하면 공사 중간에 자금이 막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시공비를 정했다면 거기에 25% 정도를 건축 외 비용으로 반드시 더 얹어서 전체 예산을 짜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