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기를 준비하면서 로망 목록을 만들었을 때 항목이 꽤 많았습니다. 캐빈하우스, 회랑, 움푹 파인 가족 공간, 슬라이딩 도어 아이 방, 지붕 달린 데크, 별채. 막상 다 지어놓고 보니 90% 이상은 반영됐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이 이뤄진 셈입니다. 그래도 포기한 것들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옥상 테라스를 포기했습니다
처음 설계할 때 다락 절반은 수납공간으로, 나머지 절반은 옥상 테라스로 열어두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김포시 조례상 옥상 평지 면적의 50% 이상을 녹지화해야 했고, 그에 따른 방수·구조 보강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이미 시공 견적이 예상보다 크게 나온 상황에서 비용을 더 얹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그 공간을 박공지붕으로 덮고 전부 다락방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잘한 선택입니다. 단독주택 짓고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옥상 테라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마당이 있는 집에서 굳이 옥상까지 올라갈 일이 많지 않습니다.
두 번째, 반지하 서재를 포기했습니다
스킵플로어 구조상 가족 공간 아래가 1.5층 높이였습니다. 그 아래를 반만 더 파내면 방 하나 크기의 공간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남편 서재를 그곳에 두어서 계단을 내려가면 서재가 나오는 구조를 꿈꿨습니다. 그런데 지하를 파는 공사가 생각보다 훨씬 비쌌습니다. 지대가 낮아지면 장마 때 빗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별도의 방수 시공을 해야 하고, 환기와 습기 처리도 신경 써야 합니다. 결국 비용 문제로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옥상 테라스를 없애면서 생긴 다락방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습니다. 서재 겸 취미 공간을 다락에 만들었고, 지금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됐습니다. 포기했던 반지하 서재보다 오히려 더 넓고 환한 공간입니다.
포기는 다른 가능성을 열기도 합니다
집짓기 과정에서 예산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때 그 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집니다. 저희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면 포기한 두 가지, 옥상 테라스와 반지하 서재 모두 없어도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빈자리를 다락방이 훨씬 더 잘 채워줬습니다. 집 짓기에서 포기는 로망의 끝이 아닙니다. 다른 방식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