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을 짓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처음으로 한 일은 땅을 보러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살던 은평 근처부터 시작해서 일산, 김포 쪽을 돌아다녔는데요. 그러다 일산 쪽에서 꽤 솔깃한 걸 만나게 됩니다. 산지나 농지를 대지로 전환해서 분양하고, 설계부터 시공까지 업체에서 다 해주는 형태의 타운하우스였습니다. 우리는 일부 설계만 조금 바꿀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타운하우스가 뭔지도 제대로 몰랐고, 단독주택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가서 상담을 했는데, 마당 크기며 집 평수며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너무 좋아 보이는 겁니다. 업체에서 추천해 준 필지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을 골랐고, 발코니를 조금 더 넓히는 식으로 설계를 일부 변경할 수 있다고 하니 더 좋아 보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계약을 해버렸습니다.

집에 돌아와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가계약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있었습니다. 자이더빌리지나 라피아노 같은 대형 건설사가 시행하는 타운하우스는 그나마 리스크가 적은 편입니다. 브랜드가 있고, 자금력이 있고, 분양이 잘 안 되더라도 어떻게든 완공을 시킬 능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름도 잘 모르는 소규모 분양·시공 업체가 진행하는 타운하우스입니다.
실제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고, 돈이 묶이는 경우도 있고, 완공이 됐더라도 시공 품질이 엉망인 경우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양쪽 부모님도 모두 반대하셨습니다. 거기에 더해 당시 저희 상황도 문제였습니다. 보유하고 있던 기존 아파트와 관련해서 양도세 문제, 1 가구 다주택 문제가 엮이면서 세금 면에서도 큰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뒤늦게 파악했습니다. 결국 취소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3년 후, 그 현장 앞을 지나가며
취소하고 나서 한동안 찜찜한 마음이 남아 있었습니다. 잘한 선택인지, 너무 겁을 먹은 건지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 일산 친정 쪽을 지나다가 그 현장 앞을 지나치게 됐습니다. 3년이 지나도, 4년이 지나도 지어진 집이 몇 채 되지 않았습니다. 분양이 계획대로 안 됐고, 공사 자체가 멈춰버린 거였습니다. 도로 기반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그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만약 그때 취소하지 않았더라면, 계약금과 중도금이 그 현장에 묶여 있었을 겁니다. 입주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살던 아파트는 이미 팔려 있었을 테고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가계약 취소가 우리 가족이 한 선택 중 가장 잘한 것 중 하나였습니다.
소규모 타운하우스, 이것만은 꼭 확인하세요
농지나 잡종지를 대지로 전환해서 분양하는 방식의 타운하우스는 구조적으로 리스크가 큽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분양만 되면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후에 생기는 리스크는 계약자가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 전에 아래 사항들을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첫째, 시행사와 시공사의 실적을 직접 확인하세요. 이름이 있는 곳인지, 완공한 현장이 실제로 있는지 발로 뛰어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둘째, 분양률을 체크하세요. 분양이 일정 수준 이상 이뤄져야 공사가 진행됩니다. 분양률이 낮은 상태에서 계약하는 건 공사 지연 리스크를 그대로 안는 것과 같습니다. 셋째, 기반 시설 현황을 직접 눈으로 보세요. 도로, 상하수도, 전기 인입이 실제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말로만 "다 됩니다"라고 하는 곳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넷째, 기존에 보유한 주택과의 세금 문제를 반드시 미리 검토하세요. 타운하우스 분양 계약이 다주택자 요건에 해당하는지, 양도세나 취득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계약 전에 세무사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국 저희는 그 경험을 계기로 직접 땅을 구해 직접 짓는 방향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습니다. 더 번거롭고, 더 오래 걸리고, 더 많은 것을 직접 결정해야 했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가 온전히 저희 선택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집짓기였지만, 그 타운하우스 가계약과 취소가 없었다면 우리가 짓게 될 집이 어떤 집인지를 고민하는 시간도 없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