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기를 시작할 때 저희 부부가 잡은 예산은 9억 원이었습니다. 자금 5억에 대출 4억 정도를 끼면 무리가 되긴 해도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순진했습니다.
토지에서 이미 예산이 흔들렸습니다
땅값이 5억 2,500만 원이었습니다. 거기에 토지 취득세까지 더하니 토지 취득에만 약 5억 5,000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9억 예산에서 땅값만 5억 5,000이 나간 겁니다. 남은 돈으로 설계비, 시공비, 가구비, 인입비까지 해결해야 했습니다. 숫자가 맞지 않는다는 걸 그때부터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시공 견적이 나왔을 때 진짜 충격을 받았습니다
평당 600만 원 기준으로 50평이면 시공비 3억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공사 세 곳에서 견적을 받아보니 6억 5,000에서 7억 원이 나왔습니다. 그 순간 정말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땅도 이미 샀고, 대출도 받았는데 이걸 어떻게 하나. 한 달 가까이 이 생각만 했습니다. 결국 설계를 수정하고 자재와 마감 일부를 조정하면서 시공비를 낮추는 방향으로 해결하긴 했지만, 그 과정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땅을 욕심내면 나머지가 전부 꼬입니다
돌아보면 문제의 시작은 예산보다 조금 더 비싼 땅을 샀던 것이었습니다. 조금 더 좋은 위치, 조금 더 넓은 면적에 욕심이 생겼고, 예산을 살짝 초과한 땅을 골랐습니다. 땅은 이미 계약한 뒤라 되돌릴 수 없었고, 나머지 항목에서 줄여야 했는데 줄이자니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설계비도, 시공비도, 가구비도 다 필요한 돈이었거든요.
예산은 여유 있게, 땅은 발품으로
집 짓기를 준비하고 계신다면, 예산은 실제 가용 자금보다 조금 작게 잡고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처음 잡은 예산대로 끝나는 집 짓기는 없습니다. 공사가 진행될수록 추가 비용이 생기고,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욕심도 함께 늘어납니다. 예산에 여유가 있어야 그 상황들을 버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줄어든 예산 안에서 토지는 최대한 발품을 팔아 좋은 땅을 찾으세요. 땅값을 아낄수록 나머지 항목에 숨통이 트입니다. 집 짓기에서 예산 순서는 명확합니다. 전체 예산을 정하고, 토지부터 최대한 알뜰하게 해결하고, 그다음부터는 우선순위에 따라 써나가는 것입니다. 저희는 그 순서가 조금 흐트러졌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습니다.